[동영상 링크] 이동진, 이명세에게 스타일을 지키는 스마트한 방법을 배우다


이명세 감독과 이동진 평론가의 만남.
두 사람이 만나 스타일을 논하는 동영상이다.
음~ 정말 오래전에 찍은 동영상을 이제야 발견했다.
지난 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재상영 소식을 들으며 검색해보니,
[형사 Dualist] 카페에서는 여전히 매년 기념 상영을 하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열렬히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

여하튼... 이명세 감독과 이동진 평론가의 소중한 동영상. 링크~~

http://tvpot.daum.net/brand/ClipView.do?ownerid=mUGMfljG8Rs0&clipid=34531126&lu=v_title

by 배시시 | 2011/11/18 23:08 | 이명세 감독 | 트랙백 | 덧글(0)

[MAGNUM KOREA] 이명세 감독, 강동원을 이겼다! 당연하지~


올해 [매그넘이 본 한국 사진전] 중 의외의 사진을 발견했다.

바로 이명세 감독!

사진전을 볼 때는 영화 [형사 듀얼리스트] 촬영중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강동원의 현대적인 의상을 보니 [M]이었나 보다.

 

근데 근데~~~ ㅋㅋㅋ

너무 신나고 흥분되는 일은~~~

이 사진의 메인 포커스는 이명세 감독이 받았다는 거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강동원을 알아보지 못했다.

 

역시~ 역시~ 세상은 이명세 감독을 알아보는 거지..

 

근데, 단 하나 아쉬운 건 전시회 관객들은 감독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거...

"이준익 감독인가?"라는 말에 꽈당했다.

 

우리나라에 모자가 잘 어울리는 감독은 이명세, 이준익 감독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래서 헷갈리는 건가?

여튼~ 반가워서 찰칵....

 

사실, 사진촬영 금지였단다.

몇몇 분들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시길래 나도 한컷 찍었는데 다행이 걸리진 않았다. 좋다~

by 배시시 | 2008/09/18 23:24 | 이명세 감독 | 트랙백 | 덧글(0)

영화 감독에 대한 첫 사랑 [첫사랑]

 이명세 감독 [첫사랑] 필름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
2008.2.23.토. 한국영상자료원
글쓴날 : 2008.3.21


[첫사랑]을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메일을 받았을 때,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우연찮게 이 필름이 복원을 거쳤다는 정보를 입수했었는데, 잘못된 걸까? 필름은 먼지와 스크래치 범벅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의 흐름조차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관람이었다. 추억으로 남을 영화가 바로 내 눈 바로 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TV에서 방송 중인 [첫사랑]이 첫 만남이었을거다. 묘하게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떠올리게 했던 영상과 표현기법. 우연찮게 두 영화 사이에 이명세라는 공통점을 알게 됐고, 영화의 뒤에 감독이 있다는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흥행 배우와 동일하게 생각하며 막연하게 좋아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는 다른 느낌. [첫사랑]과 이명세 감독의 연관성 발견은, 영화는 배우가 아닌 감독의 예술임을 깨닫게 한 모노리스였다. 그렇게 이명세 감독은 내가 사랑한 첫 영화감독이 되었다.

양 옆의 영상을 잘라버린 VHS 테잎 돌려보기
방송과 VHS로 만난 [첫사랑]. 처음엔 무조건 좋았다. 영화 속에서 상큼한 얼굴로 사랑앓이를 하는 김혜수의 순박한 모습, 우리네 80년대 골목과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 놓은 듯한 영상, 만화처럼 과장시켰지만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슬랩스틱 같은 동작들, 시와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신 구성, 그리고 탁월하게 묘사되어있는 세밀한 심리까지 어느 하나 버리고 놓칠 장면이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생각하고 스토리를 따라가며 보았는데, 어느 순간 보.였.다. 잘린 화면들이...

예전 VHS는 레터박스 사용에 인색했다. 그래서 필름 화면비를 무시하고 양옆을 잘라 4:3의 비디오에 담아 출시하는 것이 일상다반사. [첫사랑]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엔 챕터처럼 사용되었던 시가 안보인다는 사실을, 나중에는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얼굴 끝부분이 잘림을 깨달았다. 왜 처음엔 이것들이 보이지 않았을까 기이할 정도로 이상한 화면이었다. 그래서 DVD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제발 [첫사랑]도 복원 작품에 포함되기를, 대중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해 주기를 바라고 고대하게 되었다. 

거대한 화면으로 다시 본 [첫사랑],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다

그런 작품을 필름으로 만난 것이다. 양옆의 화면이 그대로 유지된 온전한 영상을 보게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비록 오래 되어 비가 내리는 화면이었지만, 온전한 화면비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데 보다보니 새로운 것들이 눈에 띄었다. 영화 속에서 이명세 감독과 예지원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최소한 5번 이상은 이 영화를 보았을텐데 이게 지금에서야 보이다니! VHS에 없던 장면도 아니었고, 더구나 유오성의 경우는 초기에 단박에 알아봤던 터라 이 두 사람의 새로운(!) 등장은 굉장히 신기했다.

하지만 감독님의 카메오 출연에 대한 얘기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터라 보면서도 확신할 수 없어 나중에 질문했다. 감독님 맞습니까? 김혜수 씨는 감독님의 생김새가 그리 흔치 않으므로 잘못보지 않았을 거라며 에둘러 인정했다. 그리고 감독님은 당시 영화 제작 시스템상(스크린 프로세서란 표현을 쓰셨는데, 그게 기계 이름인지 그냥 시스템을 언급하신 건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안하면 모니터가 너무 멀어져버려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답변해 주셨다. 

                            기차안, 영신 앞에서 신문을 읽는 승객으로 카메오 출연한  이명세 감독

연극반 소개 때 얌전한 울보라 소개되었던 예지원

 

집에 와서 다시봐도 이명세 감독을 저 열악한 화질로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DVD로 출시가 된다면, 그때도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까? 

그날 약 400석 정도의 영상자료원 상영관이 가득찼다. 이동진 기자 말로는 그간 진행한 다시 보기 작품 중 최다 관객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만큼 Q&A 시간도 치열했다. 몇 가지 질문이 있었지만 1인1질의 원칙이 생겨버려 하나만 했다. 그나마 기회를 얻어서 고마울 따름.
당시 [첫사랑]의 관객은 5,800명이었다. 감독님은 영화관 앞에서 김혜수처럼 보이는 사람이 베낭을 메고 극장안에 들어가는 걸 여러번 보았다며 서글펐노라 회상했었는데, 그날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사람 중 한 사람도 자기가 3번이나 본 행운을 쥐었노라 얘기해서 놀라움을 선사했다. 부러웠다. 그의 첫 [첫사랑]은 잘린 영상이 아니었구나 싶어서... 

김혜수 씨는 감독님께 첫사랑에 대해 "시간의 비밀을 여는 열쇠"라는 이야기를 듣고 연기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선술집 장면에서는 졸고있는 그녀를 대신해 스탭이 대역을 선 것이었다고 고백했고, 처음 콘티를 받았을 때 "이건 콘티니까 이렇게 (만화처럼) 그리셨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연기를 하고 보니 똑같은 걸 주문했다고... 그리고 필름을 보니 딱 콘티처럼 나왔노라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골목길을 걷는 야밤신으로 "이건 영신이 아니야"라는 감독의 말에 8시간 걸었던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명세 감독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시간의 흔적] 중 "사라지는 흔적 속 시간을 잡고 싶다"는 말씀을 언급하시며 자신은 "사라져가는 시간을 잡기 위해 영화를 찍는다"고 말씀하셨다.
순간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지워지는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블로깅을 한다. 좋아하는 감독과 공통점을 발견한 것 같아 살짝 흥분되었다. ^^

그런데 Q&A 시간에 왜 영신이 유부남을 사랑하는 것으로 설정했냐는 질문이 있었다. 감독님이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이란 식으로 정리를 하시려고 했는데, 김혜수 선배 화들짝 놀라며 "몰랐던건데, 그렇게 연기했는데요" 라고 반응. 나 역시도 유부남인거 모르고 좋아했다고 생각했는데... 약간의 술렁거림. 혜수 선배 명쾌히 정리해 주신다. "이런 (중요한) 걸 20년만에 알려주시면 어떡해요~" 푸핫~ 선배의 순발력과 센스가 넘 좋다. ^^ 

그리고 생애 최초로 감독님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V
비록 그새 디카가 고장나서 제대로된 사진을 건지진 못했지만, 그나마 잘못찍힌 걸 알고 다시 찍게 된 것이, 그리고 폰카메라를 발명해 준 사람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래도 상영관 앞에 있던 [첫사랑] 포스터를 찍어오지 못한게 좀 아쉽다. 왜 생각을 못했나 몰라. --;; 

 ------------------------------------

[상영회 공지]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조선희)은 2월 22일(금)과 23일(토) 이틀 간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함께 하는 다시보기(Replay)" 프로그램의 2월 작품으로 <첫사랑>(이명세, 1993)을 재상영한다. <첫사랑>은 지난 12월 한국영상자료원과 씨네21, 이동진닷컴이 실시한 “다시보고 싶은 한국영화” 관객 설문조사에서 전체 2위에 오른 작품이다.

2월 23일(토) 4시 상영 후에는 <첫사랑>의 감독 이명세와 배우 김혜수가 게스트로 초대되어 이동진 평론가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다. 또한 그에 앞서 같은 날 2시에는 이명세 감독의 최근작 (2007)을 상영한다.

상암동 DMC단지 내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1관에서 진행되며, 모든 행사의 입장료는 무료이다. 문의 02)3153-2047, 2034

by 배시시 | 2008/05/23 23:29 | ◈ 첫사랑 | 트랙백 | 덧글(0)

[M] 모호한 매력의 무비



M

 

감독 : 이명세

출연 : 강동원, 이연희, 공효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09분
개봉일 : 2007.10.25

 

관람일 : 2007.10.27. CGV남문

 


이명세 감독이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들고 다시 우리 곁에 찾아왔다. 이명세 감독의 8번째 영화 [M]에서 첫사랑을 좇는 화자는 10년 전과 다르게 여성이 아닌 남자다. 아니 여자의 시선도 있긴하지만, 화면의 빈도로 보나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하는 힘으로 보나 남자가 기억하는 첫사랑이라 할 수 있다.  과연 남자들은 첫사랑을 어떻게 기억하려 할까? 여자들은 마음 저 한구석 모퉁이에라도 첫사랑의 설레임과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간직하려 노력하는 편인데, 남자들도 동일할까. 궁금했다. 그리고 '화성 남자 금성 여자'라 일컬어지듯,  나와 다른 남자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번 영화 [M]은 감독님이 오래 하고 싶었던 장르 - 스릴러라는 점에서 좀더 궁금함이 컸었다.어느날 꿈에 히치콕이 나타나 'M'이란 화두를 던졌다던가? 할리웃 데뷔를 위해 준비하시던 이명세 감독은 이 화두를 테마로 '미리암'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영화판이 다름을 깨닫고 할리웃 연출을 포기하고 돌아와 [형사]를 통해 빛과 그림자의 아름다운 영상미학을 표현했던 이명세 감독은 이제 빛과 어둠을 테마로 이 영화 [M]을 영상화했다.

이 포스터가 감독의 빛과 어둠을 가장 잘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 루팡바의 미스터리한 간판과 더불어 그것을 지켜보는 민우의 실루엣. 모호하지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티져 포스터다.
이 영화에 대한 기사에 귀를 기울이던 차에 계속 접하게된 강동원. 이번 영화 광고속의 강동원은 남자 냄새가 풀풀 풍겨진다. 뿔테 안경 덕일까? 왠지 그의 연기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모습. 그리고 예고 속에서 속사포처럼 대사를 읊어내는 그의 모습은 연기 변신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과연 그는 어떻게 영화 속에 녹아들 것인가. 또한 내가 주목하는 여배우 중 하나인 공효진은 이명세 감독의 또다른 히로인이 될 수 있을까? 

미스터리 멜로를 표방한 [M]은 장르에 걸맞게 미스터리하게,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의 작품 답게 광고처럼 시작했다. 사고를 당하고 쓰러져있는 미미의 시선, 그리고 빗속에 흩뿌리듯 떨어져있는 사진들, 초반에 정확하게 깨달을 수 없는 모호한 이미지로 이명세의 미스터리 멜로 영화 [M]이 시작되었다. 

모호한 꿈속. 악몽에 시달리다 깨어나는 민우. 민우는 작가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출판사와 계약한 신작을 한줄도 써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치료를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는 항상 듣던 말만 되풀이하고, 작품을 기다리는 주변 사람들은 과장된 행동으로 그를 환영하는 척 하지만 그의 말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결혼을 앞둔 약혼녀 은혜만이 그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하지만, 이번엔 민우가 은혜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뜨거운 여름, 거리를 걷다 문득 느껴지는 누군가의 시선.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느끼던 어느날, 낯선 골목에서 '루팡'바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울고 웃는 정체모를 소녀를 만나며, 그는 다시 소설을 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미지의 소녀를 만난 다음 날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민우. 정체모를 소녀 또한 낯선 남자에게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의 미스테리는 좀더 심오해진다. 

                                 순수했던 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리는 이 장면들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 [형사 Duelist]의 안성기와 하지원이 떠올랐다.초반 강동원이 속사포처럼 내뱉는 대사는 안성기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고, 잘 넘어지는 어설픈 모습의 이연희에게서는 슬픈눈 앞에서 당황해 비명을 지르듯 대답을 하며 어눌하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했던 [형사]의 남순, 하지원을 연상시켰다. 그런데 [첫사랑]의 김혜수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큰 소리로 엉뚱한 대답을 하고, 실수투성이의 행동을 했던 것을 떠올리고 보니,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 소녀에 대한 판타지는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도 싶다.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몹시 부끄러움을 타는,  그래서 그 감정을 숨기고자 터프한 척 비명을 지르듯 대답을 하고, 어설픈 동작으로 어이없는 실수만 저지르는 그런 소녀. 그래서 그런 그녀의 엉뚱한 모습을 귀엽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남자의 시선.  

그리고 또 [M]을 보면서 이명세 감독의 영화 속에서 이명세 감독의 작가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존 감독님의 영화속 주인공 직업 중 예술가가 많이 등장했다.  [개그맨]은 영화 감독과 배우 지망생들이 주인공이었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남편의 직업은 소설가, [첫사랑]은 연극학도와 연출가 선생이 등장했었다. 후속 작품에서는 일반 회사원과 형사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그 주변부에  예술가가 존재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기존 세 작품에 반영된 작가나 감독들의 모습이 이명세 감독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이번 [M]에서의 민우를 보며 문득 떠올랐다. 어쩌면 약간 히스테릭한 모습, 엉뚱하며서도 집착하는 모습이 감독님의 본질은 아닐까? ^^;;

영화를 두번 보았지만, 내가 난해한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못한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주간지에서 발견한 모 평론가는  이 영화는 세가지 시선으로 읽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중 죽은 미미의 시선에 존재하는 상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낯설지만 또다른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나는 거의 민우의 시선에서 영화를 바라봤고, 일부에서만 미미의 시선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은혜나 전지적 작가 시점도 있지만, 어차피 영화는 감정이입을 통해 관람하게 되니까... 

영화에 대해 좋다 나쁘다는 평가를 내릴 수가 없다. [형사]를 보고나서 이명세 감독의 변화에 당황했다가, 재차 관람하면서 영상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M]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스타일리쉬한 영상은 내가 추구하는 영상과는 좀 다르긴하다. 나는 '빛과 어둠'보다는 '빛과 그림자'에 더 매혹되나보다. 일단 잘 볼 수 없는 어둠은 그리 환영할 수가 없다. 

첫번째 관람 후 돌아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람들의 반응,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 아니라 19세, 아니 30세 이상이어야 해. --;; 두번째 영화를 보러 갔을 때는 관객 6명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여고생 2명은 나가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래서 그때는 다른 관객에게 들으라는 듯 홍보성 멘트를 날리고야 말았지만, 종영이 가까워진 지금 보니 관람자는 그리 많지 않은듯하다. 그런데 아직 50만도 안들었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여하튼 어여 DVD로 출시하길... 잘근잘근 씹어 이해해 보리라! 일단은 잘 이해가 안간다. --;;

 "나중에 당신이 아주 많이 슬퍼했으면 좋겠어.
재미있는 영화를 보다가도 내 생각이 나서 펑펑 울었으면 좋겠어."
 
"잘 지냈어?

정말 잘 지냈어?

잘 지냈냐고!

어떻게 잘지낼 수 있어

내가 없는데! "

by 배시시 | 2008/05/09 15:35 | ◈ M | 트랙백 | 덧글(1)

[M] 버스정류장 벽보광고

2007년 11월 4일

되게 감성적인 덴당광고.
이것을 보고 [ M]은 [첫사랑]에 무척 가까운 영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광고를 처음 봤을때, 기록으로 남겨야지 싶어 휴대폰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이 벽보가 떼어졌을 때, 다시 보지 못함에 아쉬워해고,
또 다시 붙었을 때, 이번엔 뜯어서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고, 내가 이 사진을 뜯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에는,
비라도 맞았는지 살짝 울이 진 종이가 맘에 들지 않아서 다시 그 벽에 그대로 붙여두었다.
아깝다.. 조금만 서둘렀어도, 저게 내 포스터가 되는건데.. 

 다시 영화 [ M] 이 보고싶다.
제대로 기억해 낼 수는 없는데, 다시 볼 시간마저 없어 너무 답답하다.
난생처음 심야영화라도 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0시에 마지막 상영인 곳은 도대체  뭐하자는 플레이인지.. 에잇!

by 배시시 | 2008/05/09 15:19 | ◈ M | 트랙백 | 덧글(0)

[M] 첫 만남, 신문광고 시작

2007년 8월 20일.

저녁 석간 신문의 첫 표지가 바로 이명세 감독의 [M]이었다.

아마도 현장공개니 소개니 하는 기사가 아닌,  광고 형식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 중 나와의 첫 만남인듯 싶다.

감독님과의 두번째 작품인 강동원이  무한 매력남으로 다가온다. ^^

by 배시시 | 2008/05/09 15:15 | ◈ M | 트랙백 | 덧글(0)

첫사랑의 향수와 삶의 흔적 -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

첫사랑의 향수와 삶의 흔적 -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

 출처 : <영화> 1993.03.147호. [화제작 집중분석/합평]

참석 : 김종원(영화평론가) 정성일(영화평론가) 이은주(스포츠서울 영화평론가 당선자)

 ● 일시 : 1993년 3월 4일 (목)

● 장소 : 영화진흥공사

● 정리 : 서선영

  

탈한국적 영화계보와 시대를 잃은 노스탤지어

 

 김종원: 내러티브에 의존하지 않고 양식미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앞서 개봉된 이현승 감독의『그대 안의 블루』와 엇비슷한 곳에 서있다고 하겠습니다. 스크린 프로세스와 애니메이션으로 채색된 이명세 감독의『첫사랑』은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이감독만이 가질 수 있는 동화적 영상언어로 새롭게 구성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냅니다.

 

 정성일:『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후 주목받는 감독이며 또한 90년 등장한 새로운 감독의 계열에 당당해 그 이름을 내걸 수 있는 이명세 감독의『첫사랑』은 이명세 감독의 새로움에 대한 약간의 개인적인 의구심과 불안감으로 인하여『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대한 평가를 유보시켜면서까지 기다렸던 작품입니다. 그 의구심과 불안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감독의 영화세계는 어디에서 연유되는가? 그의 새로움의 고리는 무엇인가? 이명세 감독은 배창호 감독에게서 영향받고 배창호 감독은 이장호 감독에게서, 이장호 감독은 신상옥 감독에게~인가? 그의 영화적 계보는 거기에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장선우 감독의『경마장 가는 길』이 종래 한국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리얼리즘의 요소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한국영화의 계보 밖으로 삐죽나간 것처럼 이명세 감독의 작품 또한 그 계보를 이탈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이탈의 지점은 배창호 감독의『황진이』이후 집요하게 강요된 세트화된 공간(인조공간)과 더불어 일본영화의 영역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작품은 오즈 야스지로의『가을오후』에서 보였던 세트공간과 놀랄만큼 유사한 공간구성을 보여줍니다.

 

 김종원: 이때 간과해서 안될 것은 지나간 시절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한 이감독의 센티멘탈리즘입니다.『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보여주었던 진솔하고 동화적인 공간을 이 작품에서는 보다 환상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지나간 시절에 대한 센티멘탈한 감정들을 결국 이감독은 스크린 프로세스를 통한 공간구성과 애니메이션 합성법들을 통하여 여과시키고 분리시킨 것입니다. 더불어 이채로운 것은 그저 사라지고 남아 있지 않은 것같은 지나간 풍경들과 사소로운 기억들을 우리에게서 끄집어 내어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하는 이감독의 영화작가로서의 능력입니다. 기억 속에서 죽어버린 사물들에게 생명감을 주는 거지요.

 

 정성일: 지나간 풍경들에 대해 생명감과 의미를 주었다는 것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또한 70년대를 이감독과 같은 세대로서 공감하였음에도 제자신은 이 영화 속에서 지나간 날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한 신문에서 이명세 감독은 자신의 영화 속에 어떤 철학을 담고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보편언어와 거리에 대해 연구한다'. 이러한 철학을 근거로 해서 이 영화를 해석해 볼 때 이감독은 이 작품에서 과거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사람이 첫번째 사랑을 할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보편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더 원하고 있습니다. 특정 장소, 특정 인물보다는 단순화시킨 것은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지요. 놀랄만큼 완전히 제거된 70년대적인 요소들-베트남전쟁, 위문엽서 보내기, 유신정권, 곳곳에 붙어 있어야 될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 등-은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끈들을 의도적으로 자르면서, 우리는 불특정한 시간과 불특정한 공간- 이감독 자신의 언어를 빌자면 보편적 언어 속으로 이끌고 갑니다. 다음, '거리'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볼 때 이 작품은 첫사랑에 대해 다가가지도 않고 또한 멀리 서지도 않는 모호한 상태인, 영화적 용어를 빌자면 미디움 쇼트적인 거리에서 영신(김혜수)의 통과제의(첫사랑)를 바라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충분히 장점이 될 수 있는 이 망설임의 거리는 영신이라는 인물 속에서 환상적인 수법들-스크린 프로세스, 애니메이션 등-에 의해 주관화됨으로써 첫사랑이라는 보편적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실패하고 또한 그 거리를 스스로 포기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결국 이 작품은 내용과 기법, 소재와 그 소재를 다루는 스타일에 있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김종원: 70년대 유신말기의 정치적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탈색된 시대적 상태 속에서 스토리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이 작품의 외모는 이감독이 갖고 있는 센티멘탈리즘의 필연적인 결과이자 한계라고 생각됩니다. 시대상황을 애써 외면한 의식의 동기에는 인물의 구조를 단순화시키고자한 감독의 의도가 있고 이렇게 단순화된 인물구조 안에서 감독은 한 인물(영신)이 다른 인물에 대하여 이성적으로 몰입하고 달음질할 수 있는 정당성을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이 영화의 감상주의적인 요소들의 시대적 배경은 그 시대를 인출시킬 수 있는 사회적 특성들을 배제함으로쓰 그 시대를 공유하 젊은 이등레게는 감독의 니힐리즘을 느끼며 그 시대적 공감대를 여전히 억압하게 하고, 동시에 이 영화의 중심 관객이 될 현 시대의 즉발적인 젊은이들에게는 작금의 정서에는 사뭇 벗어나는 감상주의적 지리함에 대한 이질감을 주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란하기 짝이 없는 양식주의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소품에 그치게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내용을 흡수하지 않은 영화 형식 속에 사라져버린 삶의 흔적

  

 정성일:『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쓰였던 영화적 장치들이 이 작품에서 또한 그대로 사용된 것들이 있는데, 그 하나는 중간중간 인서트처럼 제시된 서브타이틀입니다.『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그것은 확실히 장점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두개의 건너뛰는 시간 사이에 생략된 시간을 포함시킴으로써 두개의 건너 뛰는 공간적 여백에 관객이 자신이 경험한 삶의 체험을 포함시키게 하여 관객을 소격시키는 것이 아니라 포함시키고 동화시키며 다음 사건을 좀더 자신의 체험으로 느끼게하는 구조적인 역할을 하였던 거지요. 반면 이 작품에서 그것은 다소 유치함과 우스꽝스러움은 차지하고서라도 과연 작품의 구조와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가 생각해 볼 때, 그 자막은 건너 뛴 사건을 연결한다기 보다는 사건을 설명하고 그 설명에 화면이 따라가는 형국- 즉, 자막이 건너 뛴 화면 사이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화면들을 복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작품에서 서브타이틀은 이감독의 양식주의적 함정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하여 전체구조를 흩드리고 또한 더불어 관객의 감정까지도 흐트러뜨리는 방해적인 요소로 작용하면서 결국 이 영화의 미학적 장점들을 놓치게 합니다.

 

 김종원: 말씀하신 서브타이틀과 연극에서의 막이나 옴니버스 스타일을 느끼게 하는 중간 끼워넣기식의 애니메이션의 사용은 이 영화에 몰입될 수 있는 관객의 감정을 단절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저 또한 생각합니다. 구태의연함을 의도적으로 버리고자 하는 이감독의 의식적 노력은 생경한 구조에 대한 욕구를 발생시키고 그것의 부정적인 현상으로 이 작품은 내용과 표현상의 기법들이 서로 분리되고 겉도는 양상을 드러냅니다.

 

 이은주:『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사용되었던 많은 영화적 장치들이 이 작품에서는 좀더 실험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저는 이 작품에서 등장한 많은 영화적 장치들이 단순히 재탕되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감독은 자신의 이러한 현란한 영화적 양식과 형식들 속에서 일상사에 대한 아름다움과 일상에서의 영신의 꿈꾸기를 영화적 내용으로 탐닉하고 있습니다. 한 봄밤의 꿈처럼 제시되는 영신의 사랑이 끝나면 고정된 카메라 속에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그 세월속에 판판히 박힌 일상의 아름다움이 아로새겨집니다. 그러나 그 일상의 아름다움이 아로새겨집니다. 그러나 그 일상의 아름다움이 단순히 경치좋은 관광사진처럼 다가오는 것은 그 이전부터 시작된 괴리, 전체 구성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한 양식들만의 부산한 잔치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종원: 단순화된 인물구조 속에 있는 단순한 스토리는 자신의 단순성에 대한 복안을 현란하고 다양한 외형 속에서 찾았다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이감독은 아주 흔해빠진 첫사랑 이야기를 화려한 옷을 입힘으로써 보완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그 첫사랑이란 공통된 향수의 공감대로서가 아니라 다분히 자기 도취적인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진술로서 제시되어짐을 느낍니다.

 

 정성일: 일상성과 양식미라는 이분법 아래서『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세트화된 가짜 공간속에서 팽팽하게 긴장하며 두 인물의 삶이 모습을 보여주고 그 삶의 모습 안에서 어떤 깨달음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면 이 작품은 형식미 속에 일상을 집어넣고 복속시켜 인물조차도 세트화되는- 즉, 주인공조차도 세트화 된 공간 속의 소품처럼 느끼게 하는 삶의 진공상태를 느끼게 합니다. 모든 인물이 화면내에서 증발해 버리는 라스트씬에 이르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은 인물만이 아니며 삶의 흔적까지도 사라져버리고 관객은 그저 텅빈 가짜 공간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가짜 공간 속에서 관객은 깨달음이 없으니 이후 디졸브와 롱테이크로 제시되는 일상성을 그리는 사계절 씬은 어떤 감동의 영역 속에도 관객을 영입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갖게 됩니다. 고정된 카메라와 롱테이크에 의한 그 장면에 대한 뛰어난 연출력에도 불구하고 말이징. 진정 관객이 영화 속에서 무엇을 깨닫길 원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매번 새로운 실험을 하고자 하는 이감독의 욕구른 실험의 속성상 매번 더 강도높은 실험은 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갈등의 부정적 결과는 프레임과 스트럭춰만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형식의 진보는 결코 삶의 모습을 지워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짜공간 속에서 진짜를 말한다. 

 

 이은주: 인조공간 속에서 이감독은 이 작품에 계속 꿈꾸기와 꿈깨기의 구조를 반복시키고 있는데 그것이 관객에 있어 감동의 영역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은 바로 그 구조적 기교들이 사회적인 맥락과 연관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일상을 잡아내는 꼼꼼한 이감독의 연출솜씨에 감탄을 느꼈는데, 슬픈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싫다는 영신의 대사는 사뭇 영화에 대한 이감독의 변론처럼 느껴졌습니다. 의문으로 남아있는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연극이 갖는 영화구조내의 연관성입니다.

 

 김종원:「우리 읍네」로 기억이 되는데요, 결국 이명세 감독은 자신의 영화속에서 어떠한 관계들도 관계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시키지 않고- 즉, 고리를 맺지 못한 채 인조배경과 인조공간 속에서 동화적 인물들로 공전시키고 있습니다.

 

 정성일:「우리 읍네」라는 연극이 이 영화의 내용에 있어 중요한 매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감독은 이 연극의 공연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연극적 공간과 영화적 공간의 뒤바뀜에 더 열의를 보여 주는 데, 이명세 감독은 이 작품에서 정작 영화속 연극에 들어가야 할 공간을 이 영화의 직접적인 공간으로 끄집어 내어 영화가 일반적으로 거리를 애매하게 혼란시키고 더불어 미쟝센 자체가 드라마가 되는 영화로의 활용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하나의 에피소드로만 가능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가 되기에는 부족한 이야기를 인물까지도 장치된 세트 공간을 통하여 드라마의 개념으로까지 끌어들이고, 그러한 구조 내에서 우리의 의식속에 있는 내적 관념의 운동조차도 정지된 기억으로 단편화시키고 미분화시켜 버리는 이감독의 영화적 이미지들은 해석하고 쫓아가기에는 너무나 자아도취적이고 우리와는 무고나하고 멀게 느껴지며 근거가 제시되지 않습니다. 가짜공간 속에서 진짜를 생각해보자는 90년대 등장한 레오까락스나 팀 버튼의 새로운 영화적 사고 근처에 이감독이 가까이 있다라는 것은 틀림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감독은 미학은 있지만 철학은 없는, 새로운 시도 속에 당연히 채워졌어야 할 사고가 없는, 그래서 깨달음이 없고 깨달음에 의한 감독이 없는…, 결국 자신이 탐고하고자하는 보편적 언어와 체험에 의한 거리를 찍기에는 자신의 세계를 더 탐구하고 사고해야할 여지를 남기는 지점에 있다라는 것이 차이이지요.

 

 김종원: 감성만 있고 삶의 아픔이 없다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꿈꾸기가 없는 물신주의 시대에 순수한 사랑을 내세우는 이감독의 소중한 불씨는 칭찬할만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선배들의 영화언어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이감독의 노력은 무엇보다도 높이 평가해 주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특히 이 영화와 관련지어서 이감독의 새로운 시도들을 현실화시켜 주었던 제작자들의 숨은 노력은 인정받을 부분입니다.

 

 이은주: 사회적 고민이 제거되어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라는 이 작품에 대한 제 스스로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남는 것은 이감독의 치밀하고 꼼꼼한 연출력이며 또한 코메디를 다루는 탁월한 솜씨입니다. 기존의 코메디물이 갖는 도식성을 깨는 이러한 감각을 더욱 발전시켜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정성일: 이감독의 영화는 종종 의도적으로 시점쇼트를 피하는 화면구성들을 드러내는데, 이것은 관객을 드라마의 긴장으로부터 구해내고 또한 관객이 화면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화면내 리얼리티를 갖게 합니다. 화면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영화적 명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감독의 영화 서술방식은 그러한 점에서 인해 여느 감독들의 현란한 쇼트들보다 뛰어나고 소중한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이 작품을 통해 갖는 아쉬움은 자신이 언급하였듯이 좋은 영화란 감동을 느끼게 하는 영화라는 것이며,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의 보편성을 통과해 낼 수 있는 철학있는 영화 형식에 대한 바램입니다.

 

by 배시시 | 2008/05/08 20:51 | ★ 자료실 ★ | 트랙백 | 덧글(0)

이명세와 그의 영화 (2) 꿈을 꾸는 자만이 꿈에서 깰 수 있다

이명세와 그의 영화 (2) 꿈을 꾸는 자만이 꿈에서 깰 수 있다

출 처 : 웹진 <뿔>
http://www.kofilm.com/bbul/serial/Ims2.html
 

이명세와 그의 영화 2

꿈을 꾸는 자만이 꿈에서 깰 수 있다

박 현 정  hyunjeong@kofilm.com

이명세 감독은 6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미 첫 작품 <개그맨>('88)에 자신의 영화 6편을 관통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를 담았고, 그것은 최근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99)에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것은 어떤 힘으로도 바꿀 수 없는 일상으로의 회귀, 혹은 꿈에서 깨어나기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그의 여섯 편의 영화의 반을 차지하는 주제 즉 사랑을 다룬 영화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금인 시간의 / 비밀을 알고 난 뒤의 / 즐거움을 그대는 / 알고 있을까
처음과 끝은 / 항상 아무 것도 없고 / 그 사이에 흐르는 / 노래의 자연 / 울음의 자연을 / 헛됨을 버리지 말고 / 흘러감을 버리지 말고 / 기억하렴

이 시는 <첫사랑>('93)의 마지막 시퀀스에 나오는 시이다. 그리고 이 시는 이명세 감독의 사랑에 관한 영화들이 일관되게 가지고 있는 흐름을 함축하고 있다. 그의 사랑 영화들은 모두 다른 식의 사랑을 얘기한다. 그러나 도착하는 곳은 한 자리이다. 특별한 순간을 지나면 모두 제 자리를 찾듯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일관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그의 영화들을 그만의 몽상적인 스타일로 풀어낸다. 그의 스타일의 특징은 세트의 사용, 에피소드식 전개, 애니메이션 기법 사용 등으로 대략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이 세 가지는 결국 다시 한 곳으로 귀결된다. 즉 환상의 공간을 제공하고 그러나 그것이 환상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세트는 그의 영화 전체에 사용되며 그것은 현재와 동떨어진 시간과 공간을 상징한다. 현실의 공간과 인공의 공간은 <첫사랑>의 영신의 집 앞 골목 세트와 서울의 골목길을 비교해 보면 확연해 진다. 세트 안에서 첫사랑의 환상을 꾸던 영신은 현실의 골목길에서 그의 첫사랑의 상대가 기혼자임을 알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90)에서 특히 잘 나타나는 에피소드식 전개와 카메라를 보며 말을 거는 주인공들은 그의 영화가 말 그대로 영화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영화에 몰입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듯한 방식은 그의 인공적인 세트와 어울려 잠시 꿈을 꾸게 하는 것이다. 곧 깨어날 꿈을.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언뜻언뜻 나타나던 애니메이션 기법은 <첫사랑>에서는 자주 그리고 완결성을 지니며 쓰인다. 이 역시 영화에 몰입하려는 순간에 다시 현실이 아닌 영화를 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는 왜 이렇게 꿈과 현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것일까. 이것은 자기 반영의 기법과는 또 다르다. 결국 그가 영화를 통해 일관되게 하는 얘기는 누구나 건조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일상과 일상 사이의 어느 공간은 헛되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들이 쌓여감에 따라 인생은 특별해질 수 있다. 또한 그의 영화가 일상이란 소재를 다루는 다른 감독들과 차별점을 지니는 지점 역시 스타일에서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시작하는 그의 사랑 영화들은 그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부터 꿈과 현실이 겹친다. 이런 겹침이 가장 날 나타나 있는 것은 <첫사랑>이다. 영신이 자전거를 타고 눈처럼 내리는 벚꽃을 맞으며 선생님의 방으로 찾아가는 장면은 그 겹침이 잘 나타나 있다. 영신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은 스크린 프로세스를 사용하고 영신의 발목 윗부분만을 풀 쇼트로 잡아, 자전거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이고 이는 선생님을 향해 가는 영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 뒤 선생님의 집 앞에서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자전거만 혼자 움직이는데, 이때 이를 바라보며 놀라는 아이들을 배치시킴으로서 감독은 이 상황이 꿈이 아님을 보여 준다. 다음 장면에서는 영신이 선생님의 방으로 들어오면서 바람이 불고 조명은 환해진다. 이것은 바로 창욱의 현실의 공간과 영신의 환상의 공간이 만나는 순간인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이 공중에 떠 온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쇼트에서 그 둘의 공간은 결합한다.

세 영화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들은 담담하게 표현되었다. 마치 당연한 일인 듯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첫사랑>의 선생님의 송별식 시퀀스에서 술집에서의 장면은 정지화면을 사용하고 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집들이 장면에서도 쓰였던 이 기법은 오히려 <지독한 사랑>('96)에서 흑백으로 처리된 여행 시퀀스와 닮아 있다. 다시 올 수 없는 순간을 차곡차곡 담아 두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처럼 이렇게 담아둔 풍경들은 후에 올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해도 이별이 이토록 담담할 수 있을까. <지독한 사랑>의 이별은 너무 일상적이고 담담해 영화가 끝났다는 내레이션을 듣고 난 후에야 그들이 정말로 헤어 졌음을 알 수 있고 그들이 헤어지는 선술집 시퀀스에서 카메라는 대부분 미디엄 클로즈업을 유지하고 두 사람 주위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역시 앞의 여행 시퀀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시는 못 볼 그들을 담아 두려는 듯한 움직임으로 그들의 전후좌우를 담다가 남자가 엎드려 우는 쇼트와 동시에 그들에게서 멀어진다. 그리고 남자의 내레이션은 이제 영화가 끝났음과 그들이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사랑이란? 하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역시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는 영민의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어도 결국 답은 계속 유보된다. 그리고 <첫사랑>의 마지막 시퀀스가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의 계절의 변화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 주었듯이 삶은 그렇게 계속된다.

간략하게나마 이명세 감독의 사랑을 다룬 영화들에 대해 다뤄 보았다. 영화가 현실과 닮았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듯 보이지만 그런 영화를 찾기는 힘들다. 그리고 이명세 감독의 영화는 한 번도 현실적이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가 현실을 그리는 방식이 과정은 몽상적인 반면 결과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호공존하지 못할 듯 보이는 이 두 가지가 이명세 감독의 영화에서는 공존한다. 그런 이유로 그의 영화들은 처음에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하지만 보면 볼수록 즐겁다. 그의 영화가 남들이 보여주지 않는 슬픔을 솔직히 보여주어 즐겁고, 그러나 결코 일상 전체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지 않아 즐겁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처럼 냉정한 눈으로 한 점의 인정 없이 현실을 보는 영화도 좋지만, 꿈꾸지 않는 삶이란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by 배시시 | 2008/05/08 20:50 | ★ 자료실 ★ | 트랙백 | 덧글(0)

[이명세론] 이명세와 그의 영화 -조종한-

 

이명세와 그의 영화 (1) - 이명세 작품 총 리뷰

출처 : http://www.kofilm.com/bbul/serial/Ims1.html  


이번 연재는 우리 나라의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명세 감독의 작품세계를 분석하고, 그의 영화가 갖는 의미를 밝히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명세는 그의 영화 속에서 평범한 삶을 소재를 아기자기하게 표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 개봉한 그의 6번째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지금 최고의 흥행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예전 영화와는 대별되는 액션영화이지만, 그의 특유한 스타일은 이 영화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이전의 5편의 영화를 분석하여 그의 작품관과 특유의 스타일을 꼼꼼히 되짚어 보고, 그것을 통해 그의 최근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개그맨>으로 이 땅의 영화판에 등장한 그는 지금은 중견작가가 되어, 그만의 독특한 영화로 '99년 이 곳을 방문했다. 이제 우리는 그를 만나 보려 한다. 그를 기다리는 그의 영화 속에서....

이명세 작품 총 리뷰

조 종 한   juda@kofilm.com

한국의 척박한 영화적 토양에서 살아남은 감독들은 상당히 드물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해빙기인 80년대 후반, 그리고 9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감독들을 꼽아 보기는 더욱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의 끝자락인 지금 그 영화적 궤적을 그려볼 수 있는 감독들이라면 장선우, 박광수, 그리고 이명세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가 이제는 여섯에서 일곱 작품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올려놓은 중견 감독이 되었다. 박광수는 위태위태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일관되게 표현하는 사회파감독(?)으로 자리를 잡았고, 장선우는 영화적 표현의 한계에 대해 끊임없이 사고하고 고민하는 젊은(?)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세는 어떤가? 그는 박광수처럼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해외영화제에 진출해본적도 그렇다고 장선우처럼 그 영화적 표현의 도발성으로 인해 사회적 이슈가 된 적도 없다. 흥행성적을 봐도 그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명세라는 이름은 영화계에 굳게 서 있으며 이제는 그 작품만도 여섯 작품에 이르는 중견감독이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약육강식의 비정한 영화판에서 살아남게 했을까? 이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논하고 결판을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에 대한 필자의 식견이 짧은 탓도 있고, 여러 사람의 눈을 통해 그의 작품 하나 하나를 변별해봄으로써 그를 이해하는 것이 한 감독에 대한 심도있는 평가작업으로서 타당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일견하고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이명세는 57년생이다. 굳이 나이를 따져 보자면 동료감독인 김홍준이나 여균동과 동년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활동으로 보면 그의 서열은 훨씬 더 윗 세대로 통한다.김홍준이 <장미빛 인생>으로, 그리고 여균동이 <세상 밖으로>로 데뷔한 것이 1994년인데 비해서, 그의 첫 작품인 <개그맨>이 1989년인 것을 보면, 동년배들 중에서는 작품활동을 꽤 일찍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개그맨>은 지루한 일상 속에 서 살아가는 이발사와 코메디언의 몽상을 통해 사회를 풍자한 영화다. 영화 속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나오는데 그 면면이 이채롭다. 먼저, 영화 감독인 배창호가 연기한 문도석은 변두리 조그만 이발소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배우라는 불가능을 꿈꾸며 이종세와 함께 강도와 절도행각을 일삼지만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마는 미욱하고 불쌍한 인간이다. 불가능한 꿈을 꾸기는 이종세도 마찬가지다. 클럽에서 일하는 삼류 코메디언인 이종세는 영화감독을 꿈꾸다 우연히 총을 얻게 되고 문도석과 그리고 호스티스 분위기가 나는 오선영과 함께 강도행각을 벌이지만 결국 문도석의 총에 죽게 된다. 이러한 허무한 욕망과 그 몰락에 대한 내러티브는 말미에 와서 이종세의 꿈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나른한 한낮의 몽상이 돼 버린다. 이런 결말은 영화 속에서 보이던 갱스터장르에 대한 패러디와 약간은 유치한 풍자적 대사들과 함께 웃음보다는 씁쓸함을 준다. 영화 <개그맨>은 결국은 꿈에서조차 이룰 수 없는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과 그들의 탈주를 그리고 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는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의 아기자기한 사랑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명세의 영화적 표현의 감수성이 전면에 드러나는 것이 이 바로 영화에서부터다. 신혼부부의 소소한 일상과 심리들을 만화에 나오는 말풍선이나 원색의 세트, 정지화면, 그리고 느린화면 등으로 감각적으로 채색해 놓은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또한 그 이후 한국 영화계에 로맨틱코미디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별한 내러티브 없이 영민과 미영의 소박한 신혼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지금에 와서 볼 때 진정한 의미의 첫 이명세 영화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세트를 통해 그림 같고 예쁜 화면을 그려내는 연출이나 사소한 일상을 통한 이야기 전달 등 이 영화에는 이명세표가 잔뜩 들어있다. 영화는 결국 영민이 이름있는 작가가 되고 아들 딸 낳고 잘 살았다는 식의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마치 '당신들도 이렇게 살아왔지 않소.'하고 관객에게 마지막 멘트를 건네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이명세 스타일의 첫선이었다면 <첫사랑>(1993)은 그 스타일을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지방대를 다니는 1학년 여대생의 첫사랑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 70년대 적인, 소박하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소품들이나 각종 비현실적 기법들이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내러티브가 생성되고 결론지워 진다. 이러한 앳띤 사랑의 감정에 대한 향수와 <첫사랑>에서는 70년대로 보여지는 과거에 대한 향수는 그의 초기 영화 세 편 속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이다. 영신은 서울에서 내려온 연극반 선생님을 짝사랑 하지만 결국 선생님이 유부남이라는 사실로 그녀의 서글픈 첫사랑은 산산이 부서진다. 영화 속에서 첫사랑의 설레임과 떨림은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애매함으로 그려지고 있다. 불쑥 불쑥 보여지는 영신의 환상, 혹은 상상은 그 비현실성만으로 구분을 하기에는 너무 자주 그리고 암시없이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꿈처럼 들뜨고 소박하지만 좋기만 했던 사춘기의 과거를 그리는 그의 스타일은 신선하기는 했지만 세련되지 못했고 관객으로부터는 외면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보건대, 영화 <첫사랑>은 너무 많이 나가 버린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네 번째 영화 <남자는 괴로워>(1994)에 와서 이명세는 변신을 꾀한다. 그것이 <첫사랑>에 대한 관객의 외면 때문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앞선 <나의 사랑 나의 신부>나 <첫사랑>에서 보여주었던 원색적이고 그림 같은 세트 대신 현대적이고 메마른 사무실이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다. 물론 스크린 프로세스를 비롯한 비현실적인 기법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용도가 소박하고 순수한 개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으로가 아니라 마치 <개그맨>에서처럼 현실에 대한 풍자와 자조 섞인 웃음을 보이는 도구들로 사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하면 '샐러리맨의 비애'라고 할 수 있을 영화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샐러리맨의 일상을 보여주는 시퀀스들과 맨 마지막의 죽은 과장이 천사가 되어 회사에 돌아와 눈을 내려주는 시퀀스로 이루어져 있다. 회사에서 그리고 집에서 시달리는 남성들을 이명세 특유의 코믹한 터치로 그리고 있지만 작위적이고 엉성함이 엿보이는 연출은 보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눈에 걸린다. 그리고 다시 사랑으로 돌아간 이명세는 1996년 <지독한 사랑>으로 이제는 조금 깊어지고 집착적인 사랑이야기에 눈을 돌린다. 유부남인 교수와 여기자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역시 이명세표를 달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공공연하고 전면에 드러나기 보다 세밀한 배경 속에 묻혀 있다. 그리고 역시나 그림 같은 세트가 많긴 하지만 현실 속으로 한발은 더 나온 인물들이 눈에 띤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한 두 달간의 도피는 현실적이고 결말의 둘의 이별은 현실적 선택이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지독한 사랑인가? 물론 그들의 서로에 대한 집착이 영화에서 표현되고는 있지만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그리고 그 결말은 너무도 허무하다. 그리고 이명세식 웃음의 요인들은 여전히 영화 속에 등장하고 사소함에 대한 집착도 여전하다.

이명세는 작품 수를 보면 <개그맨>에서 현재 상영중인 <인정사정 볼 것 없다>까지 여섯 작품을 만든 중견 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이미지는 중견 감독이라 부르기에는 조금은 가볍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은 그의 영화 스타일이 그렇고 좀처럼 놓칠 것 같지 않은 그의 사소함에 대한 집착이 그렇다. 그는 우리 관객들에게는 계속 성숙해 가는 성장기의 감독이다. 우리는 그를 유아기적 상상력을 지닌 상업영화 감독이라 비판을 할 수도 있고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 찬사를 보낼 수도 있다. 그 뚜껑은 이번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이미 열렸다. 누구도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도 이 연재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덧붙여서 '무엇이 한국의 '상업영화감독'으로서의 이명세를 지탱하고 있는가?'라는 이 질문은 아마도 이번 연재 내내 우리가 자신들에게 되묻는 질문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이효인,『한국의 영화감독13인』, 열린책들
  김정룡,『우리영화의 미학』,문학과지성사

 

by 배시시 | 2008/05/08 20:48 | ★ 자료실 ★ | 트랙백 | 덧글(0)

이명세론 5. 결론 - 김지석

 

추억더듬기와 응시의 형식 - 이명세론  (5)

<한국영화 읽기의 즐거움> /  책과 몽상 / 1995 /  김지석  

  한국 영화는 리얼리즘 영화만이 진정한 예술 영화라는 강박 관념을 가져왔다. 그래서 꿈과 상상, 환상 등은 한국 영화에 있어 늘 사각 지대로 남아있었다. 이는 한국 영화에 다양성 결여라는 결과를 안겨주었다. 이명세 감독은 그러한 한국 영화의 폐쇄성을 극복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그의 영화는 멜로드라마의 외형을 띠면서도 작가 자신의 꿈과 환상, 추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종세의 꿈은 곧 이명세의 꿈이요, 영민도 곧 이명세인 것이다. 그는 결혼을 한 몸이지만 전철 안에서 미모의 여성을 보면 그녀를 품에 안는 꿈을 꾸며( 나의사랑 나의신부), 자신이 응시하는 여대생의 주변에는 온통 자신의 추억의 흔적들을 뿌려놓고 있다 (첫사랑). 특히 <첫사랑>에서는 첫사랑에 빠진 여대생의 심리 묘사를 위해 온갖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환상 장면을 보자. 연극반원들이 모여 대본 연습을 하는 연습실 안, 영신과 강창욱은 끝자리에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다. 선배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은 대사를 읽어나간다.

  특히 여러분이 첫사랑에 빠졌던 때를 회상해보세요.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걸어도 아무 말도 들리지 않던 시절.

  이때 영신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며, 일어서서 강창욱에게 다가간다. 그때 다음과 같은 선배의 대사가 들려온다. "꼭 몽유병자와 같이." 선배의 대사와 영신의 심리를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명세 감독은 탁월한 환상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곧 이명세 감독의 영화를 특징짓는 주요 요소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이 곧 또 다르 닫힌 세계를 만들기도 한다. 즉 자기 세계에 갇혀 다소 치기 어린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영신은 칼국수를 먹으면서 TV에서 방영되는 <애수>를 보며 울먹인다. 그리고는 곧 마루로 나와 슬픈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싫다는 독백을 한다. 이런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영신의 깨끗한 심성(감독의 의도)이 떠올려지는 것이 아니라, 저 아이가 과연 대학생인가 하는 의문부터 생긴다. 이러한 패착(?)이 물론 사상력의 빈곤 때문은 아니다. 지나친 자기 환상이 빚어낸 무리수인 것이다.
  이명세 감독은 향후 한국 영화의 흐름에 빼놓을 수 없는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세밀한 연출력과 탁월한 상상력은 일찍이 한국 영화가 갖지 못했던 독특한 개성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 번 쯤은 자기 세계에서 발을 빼고 보다 열린 세계에 눈을 돌릴 것을 부탁하고 싶다. '성숙된 상상력'. 그것이 곧 이명세 감독을 대가로 만들 열쇠라고 보기 때문이다.

 

by 배시시 | 2008/05/08 20:44 | ★ 자료실 ★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